굳는다.
시간의 흐름을 지닌 채 허물들은 굳어지는 작업을 시작한다. 반복적으로 유지한다. 지니지 못한 형태 같은 것들을 반복적으로 되풀이 한다. 눈을 뜨고 감는 과정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점점 단단해지고 투명해지는 것들의 허물을 확인한다. 껍질들을 확인한다.
때에 따라 어떤 덩어리들은 계절의 흐름, 뜨거워지고 차가워지는 흐름에 따라 녹아내리기를 혹은 단단하게 굳어지기를 반복한다. 불가피한 현상이다. 눅눅해진 채 어울리는 액체를 흘리는 일,
세계는 진열되는 방식으로 형태를 얻어간다. 형태를 얻어가는 덩어리의 일. 소재는 그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유지된 채 유지되지 않을 형태를 위해서. 자리를 지키는 덩어리는 없어야만 한다. 모든 덩어리는 사라진 채 발자국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나는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의 껍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태양 아래 녹지 않을 덩어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잠시 동안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덩어리. 잠시는 언제인가. 덩어리는 언제까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한 채 머물러야 하는가. 누구로부터 부여되는 시간인건가. 시간의 시작과 끝은 누가 언제 정하는 것인가. 전 우주적 명상을 하듯 도로로 부터 멀어진다. 가장 멀리서 바라보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존재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존재는 존재하지도 비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덩어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듯한 태도는 버려라. 모든 건 덜어내는 지점부터 시작된다. 주어진 손을 의심해라. 뻗어 있는 두 다리와 발도. 발은 어디까지나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일까? 한계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